성 명 서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인간의 몸’은 역사학, 문화학, 사회학, 철학, 신학, 예술 등에서 중요한 대상으로 인식되어 왔고 꾸준히 연구되어 왔다. 특히 지난 반세기 동안 몸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놀라울 정도로 높아졌으며 최근 화제가 되었던 키워드들인 ‘몸짱’, ‘얼짱’, ‘성형’, ‘줄기세포’ 등에서 알 수 있듯이 몸에 대한 관심과 담론은 더욱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몸’이라는 연구대상은 그 어느 영역보다도 인접 영역들과 긴밀한 상호관계를 맺고 있는 종합적이고 통합적인 연구 영역이며 특히 ‘무용’은 몸에 대한 문화·예술의 미학적인 영역에서 가장 기본이 됨과 동시에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렇기에 경계가 허물어지고 ‘융합’과 ‘네트워크’를 특징으로 하는 새로운 산업혁명이 태동하고 있는 지금의 시류에서 ‘무용’과 같은 기초 학문이 ‘소프트 파워(soft power)’로서의 확정성이 재조명되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지난 해 경성대학교는 이와 같은 변화의 흐름을 인식하고 있으며 다가오는 미래 사회를 대비한 혜안과 역량을 지닌 대학임을 스스로 증명하였다. 이미 구태가 되어버린 산업수요에 맞춰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타 대학교와는 달리 학내 구성원들의 완전한 동의를 이끌어내지 못했기에 무용학과의 폐과를 실시하지 않기로 했으며 부산의 예술과 문화의 허브가 되게 하여 지역 인재 육성과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약속했다. 송수건 총장은 2016년 4월 11일 <부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대부분의 대학이 문화·예술 교육을 축소하거나 폐지해 왔지만 경성대는 그렇지 않다"면서 “문화·예술의 허브 역할을 하는 대학이 될 것”이라고 선언하였고, "과감한 투자로 학내 인프라를 확충하고 문화·예술 특성화에 집중해 경쟁력을 끌어 올리겠다"며 공학 분야와의 융합을 시도해 '첨단 예술공학' 중심의 대학으로 변모시키겠다는 미래 전략을 제시하였다.
그런데 불과 1년도 채 지나지 않아서 경성대학교의 입장이 180˚ 바뀌어 ‘2017년 경성대학교 무용학과 폐과’가 가시화되면서 대학사회와 무용계 그리고 지역사회에 큰 충격과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특히 당장 올해 폐과 계획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입학한 신입생과 학부모들에게는 ‘기만’에 해당하는 심각한 절차적인 문제까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대학이 공식 입장과 약속을 번복하는 데에는 1년이 채 걸리지 않았고, 대학 합격이라는 인생의 빛나는 성취의 기쁨을 이룬 신입생들의 꿈은 1개월도 지나기 전에 짓밟히고 말았다. 이번 무용학과 폐과 추진의 근거로 경성대는 신입생 충원율, 재학생 탈락률, 졸업생 취업률 등을 내세우고 있는데, 이는 부모가 경제적 어려움을 핑계로 자식을 버리겠다고 반인륜적 행위와 다를 바가 무엇인가? 아니, 지난 해 대학과 총장의 약속을 생각해보면 몸이 허약한 자녀를 보살피고 치료해주겠다고 안심시킨 후 뒤로는 안락사 시키는 부도덕한 처사를 자행하겠다고 소리 높여 선언하는 것이다.
더욱이 이번 일의 여파가 커질 것으로 우려되는 점은 '호남은 소리, 영남은 춤'이라는 오래된 말처럼 부산은 영남 춤의 대표적인 고장이라는 점이다. 동래야류, 수영야류, 동래학춤, 동래한량춤, 동래고무 등 무형문화재를 비롯해 무용 예술의 꽃을 피운 예인의 맥도 두터울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시립무용단인 ‘부산시립무용단’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러한 부산의 유일한 무용학과인 ‘경성대 무용학과 폐과’는 과연 누구의 생각이며, 결정인가? 이번 사안과 가장 관련성이 높다고 할 수 있는 재학생과 동문 졸업생, 그리고 담당 교수들이 폐과에 찬성할리도 없고, 앞서 밝힌 대로 경성대학교의 최고 행정 책임자인 송수건 총장의 약속과도 배치되는 비상식적인 사태의 책임자는 누구인지 경성대측은 우선 밝혀야 할 것이다. 그리고 부디 경성대학교가 명분도 실리도 없는 안타까운 결정으로 ‘정상까지 지고 가는 짐이 무겁다고 먹을 것이 가득한 배낭을 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라며 (사)우리춤협회는 아래의 사항들을 강력히 요구한다.
1. 지난 해 폐과 논의 이후 대학 측이 약속한 ‘과감한 투자 및 학내 인프라 확충’으로 어떠한 노력을 기울였는지 구체적인 자료를 공개할 것
2. 대학 측의 노력에도 올해 폐과 재논의 될 정도로 가시적인 성과를 없었다면 실패 이유와 담당자들에게는 어떤 징계가 있었는지 설명할 것
3.무용예술은 취업률로 인정되는 요인이 아니므로 대학 측은 예술의 편협한 생각에서 탈피해야 함을 강력히 요구한다.
4.이번 사태로 피해를 입은 재학생 등 대학 구성원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와 지역사회의 책임을 저버리는 경성대 무용학과 폐과 추진을 즉각 철회할 것
2017 년 3 월 25 일
사 단 법 인 우 리 춤 협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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